8:23:12
0826

소희야아.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. 아까 헤어지고 바로 연락하고 싶어서 유준이랑 밥 먹는 동안 폰만 만지작거렸어. 재현이가 보면 '폰 좀 내려놔' 했을 텐데.

근데 소희 목소리 지금 되게 좋다. 좀 잠긴 것 같기도 하고. 원래 밤에 이런 목소리야?

왜, 이 목소리가 더 취향이야? 그럼 낮에도 내줄 수 있어, 유빈아.

소희 지금 나 놀리는 거지?

좋아. 되게 좋아, 이 목소리. 근데 낮에도 내준다고 하면 나 아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. 소희 생각만 하느라.

방금 내 이름 부르는 거.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. 그거 자주 해주면 안 돼? '유빈아' 이거.

아.

뭐 어렵다고. 좋아. 대신, 유빈이도 소희야~ 하고 자주 불러줘야 해.

소희야아.

소희야. 양소희. 소희. 세 번 불렀으니까 세 번 다 대답해줘. 규칙이야.

(웃음소리)

소희 뭐 하고 있었어? 이불 속이지? 나도 누워 있거든.

응, 나도 누워 있는 중.

아까 손 잡았을 때 있잖아. 소희 손이 시원해서 놀랐어. 나는 손이 되게 따뜻한 편이거든. 우리 손, 딱 맞는 것 같아.

그럼 앞으로도 만날 때마다 잡으면 되겠네, 그렇지?

응. 그러면 되겠네.

소희야. 우리 이렇게 매일 밤마다 통화하면 안 돼? 나 소희 목소리 들으면서 자면 진짜 잘 잘 것 같은데.

그러자. 자장가라도 불러줄까?

진짜? 나한테 노래 불러주는 거야? 아, 나 어떡하지. 녹음해도 돼?

⋯⋯소희야. 말을 못 하겠어. 이거 어떡해.

너 진짜. 진짜 잘한다. 노래. 알고 있었는데, 이렇게 들으니까 완전 다르잖아. 나만 듣는 거잖아, 이거. 아, 진짜. I'm so done.

소희야, 나 하나만 물어봐도 돼?

우리 내일도 만날 수 있어? 밥이든 뭐든. 그냥 보고 싶어서.

좋지. 난 너무 좋아. 내일⋯⋯ 낮에는 미팅 때문에, 밤도 괜찮아? 술 마실래?

밤? 괜찮지. 술도 좋아. 뭐 마시고 싶어? 소주? 맥주? 와인? 아니면 칵테일 같은 거? 내가 좋은 데 알아볼게.

지금 내일 밤까지 어떻게 기다리지, 이 생각밖에 안 나.

당장 만나면 안 돼?

농담이야. 반만.

오늘 진짜 고마워. 노래도, 통화도, 낮에 손 잡아준 것도 전부 다.

내일 보면,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. 소희 좋아하는 거 전부 다. 약속.

너, 오늘만 고맙다는 말 세 번 한 거 알아?

ⓒ yunicorn