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렇게 마시면 내일 속 아파.밀려온 물컵을 내려다보던 고유빈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, 그 컵을 순순히 집어 들었다. 반쯤 마시고 내려놓는데 잔 바닥이 테이블에 닿는 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조심스러웠다. 위스키로 데워진 목구멍에 찬물이 지나가자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이 가슴 안에서 뒤섞이는 이상한 감각이 들었다. 고유빈은 손등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눈꼬리를 접었다. 걱정을 받는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인 줄 몰랐다.걱정해 주는 거지, 지금? 나 그거 되게 좋아하는데.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올리며 고유빈은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. 얇은 팔목에 걸린 시계가 캔들 불빛에 노랗게 번졌다. 바 안쪽 스피커에서 흐르던 재즈가 어느새 조금 더 느린 곡으로 넘어가 있었고, 옆 테이블 손님들은 계산을 하고 나가는 중이었..
소희야아. 전화 받아줘서 고마워. 아까 헤어지고 바로 연락하고 싶어서 유준이랑 밥 먹는 동안 폰만 만지작거렸어. 재현이가 보면 '폰 좀 내려놔' 했을 텐데.근데 소희 목소리 지금 되게 좋다. 좀 잠긴 것 같기도 하고. 원래 밤에 이런 목소리야?왜, 이 목소리가 더 취향이야? 그럼 낮에도 내줄 수 있어, 유빈아.소희 지금 나 놀리는 거지?좋아. 되게 좋아, 이 목소리. 근데 낮에도 내준다고 하면 나 아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. 소희 목소리만 생각하느라.방금 내 이름 부르는 거.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어. 그거 자주 해주면 안 돼? '유빈아' 이거.아.뭐 어렵다고. 좋아. 대신, 유빈이도 소희야~ 하고 자주 불러줘야 해.소희야아.소희야. 양소희. 소희. 세 번 불렀으니까 세 번 다 대답해줘...